호롬보 산장에서 키보 산장까지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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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재영 댓글 3건 조회 10,117회 작성일 17-09-18 11:14본문
- 호롬보 산장에서 키보 산장까지 : 킬리만자로 정상이 바로 눈 앞에
새벽 6시에 아침을 먹어야 했고 아침 7시에 출발하는 극도로 힘든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전날 저녁식사 하면서 모자를 잠시 벗었더니 감기 기운에 머리도 아파 왔고 잠도 약먹고 억지로 4시간 정도 자서 몸 컨디션이 엉망이였습니다. 걷는 동안 호롬보 산장에서 보았던 푸른 식물들은 보이지 않고 이제 정말 활량한 사막과 같은 황무지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을 따라 아주 지겹고 외롭기만 했습니다. 그때 문든 드라마 “도깨비”에 나왔던 시가 생각 났습니다.
사막(오르텅스 블루)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사실 주위에 훌륭한 희망원정대 대원들이 있어서 많이 외롭진 않았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처진 기분을 끌어 올리기 위해 이 시에 나온것처럼 뒤로 걸어 보았습니다. 결론은 절대로 하지 마십시요!! 정말 힘들고 까딱하면 고산병 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멀리에 키보 산장(4,700m)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금방 갈 것 같았는데 정말 오래 걸어야만 했습니다. 고산에 적응하기 위해 뽈래뽈래(천천히라는 현지말) 하기위해 우스광스럽지만 슬로우모션 처럼(다른 사람들이 봤을때는 봉산탈춤..) 걸어 보았습니다. 이 또한 하지 마시길!! 뒤로 걷기와 비슷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혹시나 너무 장난스럽게 보였다면 저 나름데로 기분 띄울겸 해보고 싶은거 맘것 해본 거니깐 너그럽게 양해 해주셨으리라 믿습니다.
아침 7시에 출발해서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오후 2시에 키보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주정수 사장님은 3시나 4시에 도착할거라 예상하셨다고 합니다. 대원들 의지가 넘치기 시작했나 봅니다.
- 키보 산장 : 구름도 발 아래 머무르고 원정 대원들도 잠시 머무르는곳
발 아래 구름이 머물러 있고 엄청난 바람이 부는곳이며 킬리만자로 정상을 밟기 위해서는 꼭 거쳐가야 하는 해발 4,700m에 위치한 산장, 최혁이가 도착하자마자 탈진했고 봉지안에 들어 있던 과자는 기압 차이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내 얼굴도 부어 오르고 거기에 코피까지 터지고 정말 힘든 곳입니다.
밤 11시에 정상을 향해 출발해야 하기에 어떻게든 잠을 자야 하고 충분한 영양섭취를 해야 하지만 바람소리와 밤에 등산해야 하는 걱정에 도저히 잠을 잘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누워만 있다가 준비된 우유와 누룽지만 먹고 최고의 난코스를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어떻게든 1시간 이라도 잤어야 하는 안타까움과 자연스럽게 코피가 터졌고 사람들은 모두 민감해 졌습니다.
- 키보 산장에서 길만스 포인트 : 천국의 문이 열리는 곳
밤 11시가 넘어서 각자 헤드 랜턴과 물과 초코바를 준비해서 야간 산행을 시작 했습니다. 주정수 사장님이 갈지(之)자 형태로 15도 정도의 경사도로 이동한다고 말씀하셔서 기존에 길이 있는 줄 알았는데 길이 없는 곳을 가이드 안내에 따라 불빛만 보고 걷는 거였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걸어 올라가는데 화산재와 작은 돌들이 많아서 밟으면 아래로 미끌리고 고산병이 심해진 대원들은 구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든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 심호흡을 크게하고 정신력으로 버텼지만 걷는 중간 내도록 “내가 뭐하려고 이렇게 고생할까, 굳이 왜 이 산을 오르려고 하는걸까”라는 회의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잠깐 쉬는 동안 초코바를 한입 물면 다시 의욕이 생겨서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든 끝까지 가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런 생각이 길만스 포인트 정상 도착할 때 까지 계속 교차 했습니다.
제가 그래도 컨디션이 나쁜 편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대열에 맨 뒤에 있었습니다. 맨 뒤에 있는 사람은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합니다. 잠시 휴식하려고 벌러덩 앉아 초코바 한입 물면 2분 후 출발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올라가는 내도록 휴식시간은 페이스를 유지해야하고 장시간 쉬면 저체온증이 오기에 10분 안쪽 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맨 뒤에서 5번 정도 쉬다보니 저도 도저히 체력이 안되더라구요. 결국 초코바 먹는걸 포기하고 물만 조금 마시고 대열에 중간에 서려고하니 누군가에 눈빛이 절대로 자기 앞에는 안 세워 주겠다는 것이 보이더라구요. 힘들수록 도와야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인걸요. 결국 저에 멘토 지삼이 형님과 같이 열심히 걸었습니다. 욕도 막하고 짜증도 막 내가면서 지삼이 형님 덕분에 정말 힘든 시간 잘 이겨낸 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7시간 가까이 랜턴 불빛만 보고 걸어서 새벽 6시에 5,685미터 길만스 포인트에 도착하였습니다. 마지막에는 기어서 올랐더니 손톱이 망가졌고 도착한 사람들은 얼싸 안고 울면서 감격에 젖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이 정말 미친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힘든 산을 내가 어떻게 올라 올수 있었을까. 도저히 믿기지 않은 사실에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어떻게든 남겼는데 그때 했던말이 지금까지 제일 높이 올가간 곳이 지리산 법계사 쪽으로 1,500m 정도라고 했더라구요. 제 자신이 지금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은 상태인거죠.
키보 산장에서 길만스 포인트 까지의 등산은 제가 살면서 제일 힘들었던 산행이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지옥의 문”이 열리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천국의 문”이 열리는 곳이였습니다. 힘든걸 이겨내고 올라온 사람들에게는 달콤함 “성취감”을 주는 곳이고,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모든걸 내려 놓은 사람들에게는 지금까지의 “부담감”에서 벗어나 편안해 질수 있으니까요.
댓글목록
김진희님의 댓글
김진희 작성일참 말도 예쁘게 잘쓰네요.은유적으로ㅋㅋㅋ재영씨 말만 잘하는게 아니라.센치+운치도 있네요.ㅋ
이병국님의 댓글
이병국 작성일호롬보에서 키보, 키보에서 길만스, 우후르피크 정상까지..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이병국님의 댓글
이병국 작성일지옥을 느껴본 시간이였던것 같애.. 그래도 씩씩하게 올라가는 재영씨 정말 멋졌다는거..